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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노트

면접과 이직 그 중간

by 빙글빙글미어캣 2020. 8. 23.

일단 지금 나는 구직을 할만한 구실이 없어야 했다.

왜냐하면 지금 회사를 입사한지 4개월차. 지인의 소개로 입사한 지금의 회사는 다녀본 중에 연봉은 제일 세지만, 제일 엉망진창이다.

도대체 이 혼돈의 질서 없음은 언제 끝나지? 하고 들어온지 1개월만에 그만둔다고 하고 상사의 만류로 3개월을 더다니고 있는데 도무지 끝날 기미가 없다. 더이상 돈이 중한 것이 아니여 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생활인데... 그래도 적응이라는걸 해야되는데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난 적응력왕이였는데 내가 변한 걸까? 근데 회사 직원들 모두가 적응을 못하고 힘들어하는 의견을 듣는 것을 보니 이건 나의 문제가 아닌것 같다. 덕분에 개인의 성향과 절대 피해야 될 스트레스의 상황은 거르게 된 타산지석의 시간들이라고 해두고 지난 4개월의 기억을 좋게좋게 승화해본다.

하여간 내가 무얼 하던지간에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뒤로 그 가능성을 열어둔채 어딜 쉽게 옮기기가 기간적으로 참~ 애매했다. 지금 있는 회사에서 뭐 어찌야됐던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지는 회사일들을 피해서 재택근무로 일하게 해주었고, 그냥 이대로 내년 9월까지 쭉- 일하는게 이득일 수도 있을것이다. 근데 타고나기를 이렇게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되는대로 되라~ 식의 정말이지 아~무 의미도 없는 일들을 겹겹이 쌓아가며 나의 스트레스도 함께 쌓을 수는 없던 것이다. (나도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일을 남한테 시키기까지 해야한다.)

그렇다. 나는 장인도 아니면서 장인처럼 결과물에 매우 집착하는 욕심쟁이였던것이다.

사실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작업물에 욕심을 부려야되는 거지만 난 좀 스트레스가 이부분에서 심한 것 같다. 인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군. 내가 원하는게 확실해진다.

1. 나는 무질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 (사람이건 일이건)

2. 나는 개선되지 않는 상황을 괴로워한다.

3. 나는 애정을 가지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일에 기쁨을 느낀다.

4. 나는 협상의 여지가 있는 인하우스 형식의 계약 상황을 좋아한다.

5. 나는 지인의 소개로 인한 행동 제약을 싫어한다.

어느정도 다음 회사에서 원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추려봤다.

또한 내가 다음 회사에 바라는 것은 뭐가 있을까.

1. 가치있는(혹은 있어보이는) 일을 한다.

2. 동료들과 디자인의 눈높이가 맞아야 한다.

3.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4. 출퇴근 시간이 짧으면 좋겠다.

5. 회사가 머무르고 싶을 정도로 편안하고 취향이였으면 좋겠다.

오늘 면접본 곳은 1, 3, 4, 5가 해당된다.

2는 가봐야 알겠지만 면접을 보며 대략적으로 1,2와 5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일하는 곳의 가장 큰 매리트는 재택근무인데, 이 매리트는 좋은 것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잃는 점도 많았다. 일단은 장비를 내돈으로 다 사야하고 (나의 경우는 모니터만 추가했다.) 가장 중요한건 혼자 일하니까 동료들에게서 배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근데 나의 경우에는 내근을 한다고 해도 그 이점을 얻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일이 너무 산더미 + 무질서혼돈상태(클라이언트도 내부인력들도)라 그냥 마구 구르면서 계속 내 살을 깎아 먹으며 굴러야 했기에... 아무리 좋은 동료들이 들어온다한들 협업은 고사하고 그냥 버티는게 용하다 이런 느낌. 뭘한건지 모르겠다 4개월 동안.

금요일에는 임원면접이 있다. 아마 큰 변수가 없으면 합격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지나야 알수 있는 이 선택이 옳은지 어떤지를 떠나서 이 회사의 면접은 좋은 면접이였다고 생각한다.

인사가 만사라고, 그말을 여실히 체감하는 요즘이지만 시스템도 중하다.

좋은 면접 시스템을 제안하고 그걸 잘 서로 도와 성장시킨, 겹겹이 쌓이는 시간 속에서 이런 시스템이 나온 것 같은, 그런 좋은 면접 경험이였다.

다른 사람을 채용하는 위치가 된다면 이런 좋은 면접 시스템을 경험하게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오며 좋은 회사라는 건 어디있는 걸까 생각했다.

나에게 좋은 회사.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데..

내가 하는 일에서 자긍심을 얻고 싶은, 단지 그뿐인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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