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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뿌리

by 빙글빙글미어캣 2020. 8. 23.

2013. 6. 10. 13:34

 

 

 

 

수술때문에 회사를 그만 둔 후로 몇일 안되어 들린 소식.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전해듣고는 그날 밤에 꾼 꿈에, 내가 수술한 다리를 절룩거리며 회사에 갔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이 나를 보며 누구냐는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그때의 그 쓸쓸한 기분이 지금 기분과 오버랩 되면서 회사생각만 하면 기분이 쓸쓸하고 이상하고...슬프다.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다른곳에서 경력을 쌓고 돌아갈 생각도 마음 한구석에 있었을 만큼 애정이 있었는데 이젠 돌아갈래도 돌아갈수도 없게 되었다. 

 

작년인가 제작년인가, 나의 모교인 단대 시디과가 죽전캠퍼스와 통합 된다고 했었을때가 떠올랐다. 재학생들은 대부분 찬성했던것 같은 분위기였고, 나도 또한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이 들었던것은 사실이다. 사실 나뉘어 있기보다 합쳐지면 경쟁력이나 많은 부분에서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분위기 가운데에 최교수님이 카톡으로 시디과의 죽전 통합에 대해서 장문의 글을 보내셨었는데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 글들중에 지금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나의 뿌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뿌리가 없어진다는것. 나는 나의 모교를 정말 사랑했지만, 결코 우리 '학과'를 사랑하지는 않았으므로 우리과가 통합되며 천안 시디과가 없어진다는 것에 대해 일말의 아쉬움도 없었다는것이 지금의 상황과 겹쳐지면서 최교수님께서 얼마나 학교를 사랑하고 아껴왔는지가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그때 최교수님께서 장문의 카톡 말고도 개인적으로도 과가 통합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보내셨는데 잠시의 고민도 없이 좋은 방향으로 될것이라고, 천안캠퍼스가 없어져서 아쉽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답장을 보낸것이 가슴 한구석이 뜨끔하다. 나는 정말 학과에 애정은 없는 학생이였나보다. 내가 애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말들은 학과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상처가 되었을 것이 뻔한데. 

 

뿌리가 없어진다는 것에 대해서. 그 말에 대해서 그다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늘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내가 어디 출신이고 어디에서 태어났건 그런 정보는 개인적인 사항일뿐,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누가 있고 내가 지금 어디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연히도 얼마전에 본 스타트랙더비기닝이라는 영화에서도 벌칸행성이 없어지는 순간을 보는 벌칸족의 마음에는 그다지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던 것도 이런면에서는 조금 생각없는 내 감정때문이였던 것 같다. 

내가 회사를 걱정하고 아쉬워하고 이 아리까리한 기분이 당췌 무엇인지는 잘모르겠지만 아마 그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서로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위해주었던,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던 것 때문이겠지. 너무나 당연했던 그 일상들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야 함에도 이상한 슬픔만 맴돈다. 알고는 있지만 머리는 이해하지만, 그래도 슬픈것. 

목요일날 저녁이나 거래처에서 스트레스 만땅으로 받았을때면 다같이 모여 옥상달빛에서 떠들던 그때처럼, 택시 잡아타고 옥상달빛으로 가서 다같이 회포를 풀기로 했다. 팀장님은 내가 없는 회사가 재미없다고 하신다. 

저도 그래요, 팀장님. 다들 보고싶어요.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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